의료기기/RA, QA, QC

의료기기 제조소의 불편한 진실과 규제의 역할

UDAMED 2025. 4. 3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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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는 인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품인 만큼, 그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때때로 제도의 취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중국 등 해외 저가 제조소에서 제품을 들여온 뒤, 자사 제품인 것처럼 포장과 라벨을 바꾸는 이른바 ‘택갈이’ 행위가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의료기기법과 GMP(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기준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RA(규제 인허가)팀이 이러한 제품의 개발 히스토리를 '창작'하여 문서를 작성한다는 점입니다. 임상적 근거, 설계 변경 이력, 품질관리 체계 등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성능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정보가 조작된다면, 사용자와 환자의 생명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품질과 규제 책임의 경시입니다. GMP 심사 과정에서도 일부 기업은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에게 품질보증(QA) 또는 규제업무를 전가하며,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하려 합니다. 본부장급이 직접 품질책임자를 맡는 사례가 오히려 예외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조직의 윤리 수준과 규제 인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규제는 기업을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법령의 취지를 존중하고, 품질과 윤리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변화가 절실합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지만, 무너지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합니다. ‘형식적’인 GMP에서 ‘실질적’인 품질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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