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규제 업무에서 시험소와의 의사소통은 단순한 외주 관리가 아닙니다. 시험 결과는 인허가의 기반이며, 그 결과의 해석과 대응은 규제 담당자의 책임입니다. 특히 해외 시험소와 협업하는 경우, 언어뿐 아니라 시험 진행 방식, 비용 집행 절차, 용어의 해석까지 모든 요소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에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시험이 완료되었다’는 표현입니다. 이는 시험 자체가 물리적으로 종료되었음을 의미할 수 있으나, 합격 판정이 났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험소로부터 받은 표현이 실제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시험 착수일, 완료일, 결과 산출일 등 단계별 일정을 명확히 문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험비 납부와 성적서 발급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일부 시험기관은 시험 개시 전 전액 선납을 요구하는 반면, 일부는 시험 후 결과에 따라 발급 전까지 유예를 두기도 합니다. 이는 기관별, 시험 항목별로 상이하므로 사전 계약서 검토와 내부 예산 집행 프로세스의 일치 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시험 중 부적합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단순히 ‘시험소 책임’으로 전가해서는 안 됩니다. 시험 기준에 따라 제품의 구조적 변경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시험에서 어떤 기준으로 부적합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 또한 규제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결국 시험소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규제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시험소의 결과가 곧 인허가의 발판이 되는 만큼, 규제 담당자는 시험 진행의 전 과정에 걸쳐 책임감을 가지고 상황을 이해하고 주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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