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ISO 11137-1의 최신판이 정식으로 발행되었습니다. 본 표준은 의료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 방사선 멸균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핵심 문서로, 2006년판 이후 약 19년 만의 개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문구 조정보다 훨씬 깊은 수준의 기술적, 규제적 변화를 담고 있으며, 방사선 멸균의 활용 범위 확대 및 산업계의 유연성 확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의 주요 변화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새로운 버전에서는 ASTM E2628을 비롯한 다수의 ASTM 표준이 도심법(dosimetry) 및 계측기 교정 정의에 참고 문서로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실험 기반 접근과 미국 시장의 실무 기반 기준을 보다 잘 수용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특히 ISO 13485에 대한 참조가 삭제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의료기기 산업 외에도 식품, 대마초 가공, 비의료 소재 개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ISO 11137-1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방사선 멸균 기술이 비의료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변화입니다.
또한 전자빔(E-beam) 및 X-선(X-ray) 처리 시 방사선 에너지 상한이 각각 11 MeV, 7.5 MeV로 상향 조정되어, 기존보다 더 많은 제품이 방사선 멸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멸균 효율은 물론 처리 가능한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동안 해석상의 혼선을 일으켰던 ‘도심법이 배치 방출 요건인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 문구가 삭제되어, 파라메트릭 릴리스 또는 기계 기반 릴리스와 같은 현대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스마트 제조와 디지털 밸리데이션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정기적인 선량 감시 주기가 3개월에서 연 4회로 조정되어 운영상 유연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일부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던 ‘가치없는 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SO 11137-2 및 ISO 13004에서 정의한 VDmax 접근법이 본문에 반영됨에 따라, 15kGy 및 25kGy 외의 다양한 멸균선량 설정이 보다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품 특성과 처리 효율을 고려한 멸균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실질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각국은 본 개정판의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향후 식약처 및 국가기술표준원 등을 통한 공식 도입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서는 AAMI WG02에 참여함으로써 해당 표준의 개발 및 인정 절차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FDA의 최신 인력 구조 변화가 본 표준의 인정 절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ISO 11137-1:2025의 발행은 방사선 멸균의 실무 적용에 큰 전환점을 마련하는 사건입니다. 표준의 개정은 단지 문서의 변경을 넘어, 산업계의 변화와 기술 진보를 반영하는 규제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현장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우리 의료기기 규제 전문가들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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