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유럽은 최초로 의료기기 법률을 제정하여 의료기기 안전과 성능을 규제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그 후 1998년부터 약 20년 동안 사용된 이 법률은 2만 5천 개 이상의 인증서를 발급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의료기기 산업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의료기기의 종류는 50만 가지를 넘어서고, 매일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법률로는 급변하는 시장을 충분히 대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2017년 새로운 의료기기 규제인 Medical Device Regulation (MDR)을 제정했으며,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MDR의 도입 배경과 주요 변화
MDR의 도입은 유럽 의료기기 산업에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산업 협회인 BVmed와 SNITEM은 MDR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엄격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we must act now'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들은 세 가지 주요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인증기관 수 확대: 2012년 87개였던 인증기관 수가 2021년에는 27개로 감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MDR 인증을 받기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많은 기업이 인증을 받지 못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고위험군 기기 제조업체는 이 문제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모든 업체의 공정한 접근 보장: 대형 기업들이 인증기관의 우선적인 관심을 받는 반면, 소규모 기업들은 인증 과정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특히 혁신적이고 고위험군 기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MDR 시스템의 개선: 현재의 MDR 시스템이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이며,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을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이미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인증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임상 평가 절차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MDR의 주요 특징
MDR의 가장 큰 변화는 라이프 사이클 접근법(Life Cycle Approach)입니다. 이는 제품의 판매 전 인증뿐만 아니라 판매 후 감시와 폐기까지 제조자가 책임을 지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제조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성능을 전 주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유럽연합의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또한, 유럽연합은 포털 시스템(EUDAMED)을 구축하여 모든 의료기기와 관련된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조자의 판매 후 감시 의무를 강화하고, 의료기기의 추적성을 높였습니다.
임상 데이터의 중요성도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특히 3등급 고위험 의료기기와 임플란트 기기의 경우, 유럽 내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등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의료기기 제조업체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대응 방향
현재 한국의 식약처는 의료기기 관리에 있어서 화이트 리스트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허가된 제품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재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블랙 리스트 규제로 전환하여, 문제가 있는 제품만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MDR과 유사한 체계로 규제 환경을 개선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유럽의 라이프 사이클 접근법을 벤치마킹하여, 제품의 전 주기적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임상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하여, 이들이 국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인증 과정에서의 차별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MDR의 도입은 유럽 의료기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규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은 지속적인 혁신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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