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과 제조업에서의 실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그 내부의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특히 의료기기 제조업계에서 이러한 차이는 더 두드러집니다. 컨설팅에서 다양한 제조사들과 협업하며 자료를 요청하고 분석할 때, 종종 "왜 이 자료가 이렇게 늦어지는가?" 혹은 "이 자료를 왜 쉽게 제공하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조사 내부에 들어와 업무를 수행하며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에서는 다양한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부서가 협업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과 보고서 작성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품질 관리 자료라 하더라도 여러 부서의 검토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특히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데이터의 수집과 보관 방식은 매우 엄격하고 세심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또한, 각국의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서류 양식이나 보고서 형식이 제각각인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규제 차이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자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컨설팅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고객에게 조언을 제공하지만, 제조사 내에서는 규제 준수를 위해 세부 사항 하나하나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컨설팅에서 바라본 '비효율성'이 실제로는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왜 자료가 빨리 나오지 않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해줍니다. 제조사는 빠르게 움직이기보다 규제를 준수하고, 품질을 보장하며,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요. 컨설팅과 현업의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양쪽 모두에서 효율적인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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