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RA, QA, QC

의료기기 개발과 품질관리, 맹자의 ‘활과 갑옷’ 비유로 읽다

UDAMED 2025. 5. 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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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산업에서 설계·개발(R&D)과 품질 및 규제(RA/QA)는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 즉 환자의 안전과 치료 효과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공유합니다. 이 관계를 고대 철학자인 맹자의 비유를 통해 다시 조명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맹자는 『맹자』에서 “화살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갑옷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이 다칠까 걱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겉보기에 같은 ‘무기 관련 직업’이라도 내면의 목적과 윤리적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 비유를 현대 의료기기 분야에 적용해 보면, 화살 만드는 사람은 설계·개발 엔지니어, 갑옷 만드는 사람은 RA 및 QA 인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는 제품이 의도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설계하고, 성능을 최대화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는 곧 ‘화살을 잘 날리는 것’에 해당합니다. 반면, RA와 QA는 제품이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국제 규제와 품질 기준을 준수하며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통제합니다. 이는 곧 ‘갑옷을 튼튼히 만들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의료기기는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으로, 어느 한쪽의 시선만으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성능에만 집중한 제품은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허가 이후 시장에서 리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안전에만 매몰되면 기술 혁신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관점은 항상 상호 견제하며 협력해야 하며, 이를 조화롭게 이끄는 것이 품질책임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결국 맹자의 비유는 의료기기 산업의 기본 윤리를 되새기게 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철학과 태도가 인류에 유익한 방향으로 가는지를 결정합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술적 정당성’ 위에 반드시 ‘윤리적 정당성’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한 갑옷이 튼튼할 때, 비로소 기술의 날카로운 화살도 정당성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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